2012년 6월 20일 수요일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에게 배우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렌조 피아노의 인터뷰를 읽고 배울 점이 많아 정리해봤습니다. 

먼저 렌조 피아노 (Renzo Piano, 1937년 출생)부터 소개합니다. 33세에 퐁피두센터를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공동 설계한 것을 시작으로 뉴욕타임스 빌딩,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 런던 브리지 타워 등 수많은 랜드마크를 탄생시켰습니다. 1998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용산 트리플 원 (코레일 부지에 들어서는 111층 짜리 건물)과 KT 광화문 신사옥도 이 분이 설계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에도 친숙한 분입니다. 








건축계의 노벨상 받은, 세계적인 건축가

그의 직업은 건축가로서 튼튼한 건물을 설계하는 것이지만 그 안에는 부드러운 휴머니티가 담겨있습니다. 인간을 소외시키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을 보듬고 머물게 하는 건물을 지향합니다. 디자인만 번지르하고 반짝 유행을 노리는 서비스가 많은데 진정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오래도록 남을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기획자겠죠. 


"우리가 짓고 싶은 건물은 대단한 게 아니다. 바로 ‘진정으로 사람들을 위한 건물’이다. 이것은 단순한 것 같지만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다.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고,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오래 머물고 싶어하는 건물 말이다. 그게 열린 건물이라면, 그 반대는 폐쇄적인 건물, 잘난 체하고 으스대는 건물, 이기적인 건물이다.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단단하게 방어벽을 친 건물들 말이다." 


진정으로 사람들을 위한 건물을 짓는다


그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반항아를 자처했고 자신의 작업이 스타일로 고착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해왔습니다. 기획자는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솔루션이 잘 먹히려면 해오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창의적인 때로는 전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퐁피두 센터는 단순히 파리에 미술관(아트 뮤지엄) 하나를 짓는 게 아니라 문화를 바꾸는 작업이었다. 60년대 말, 70년대 초반에 미술관·박물관이라는 곳은 사람들과 거리가 먼, 몹시 지루한 장소였다. 대리석으로 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사고방식을 바꾸는 일, 혁명이 필요했다. 위압적이지 않고 사람들이 즐기러 오는 곳,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게 우리 목표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퐁피두를 가리켜 ‘박물관이 아니라 공장 같다’고 말했을 때 기뻤다. 리처드 로저스와 나는 반항아들(bad boys)이었다."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반항아이기를 즐긴다


그는 첨단소재를 잘 이용하기로 유명합니다. 2008년 완공된 뉴욕타임스 빌딩은 “극도로 가볍고 투명하며, 환경과 함께 숨쉬는 빌딩"을 목표로 투명도가 높은 특수 유리와 36만5000개의 세라믹 튜브로 벽면을 처리하여 에너지를 절약하고 주변의 빛에 따라 건물의 색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휴머니티와 테크놀로지를 잘 결합시키는 능력은 스티브 잡스가 말한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이라는 개념과도 맥이 닿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연히도 더글라스 크록포드가 말하는 훌륭한 개발자의 자질에도 호기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로페셔널들에게 호기심은 필수덕목인 것 같습니다. 



“(건축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호기심이다. 건축은 인간에 대한 관심을 과학으로 녹여내 표현하는 것이다. 또 건축가는 군인들처럼 첨단 기술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어떻게 눌러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 것처럼 당연한 거다. 그래야 기술이 눈에 너무 드러나지 않으면서 건축물 안에 녹아든다. 빌딩이 만들어내는 일에는 마술(magic)이 필요한데, 그게 과학으로 하는 마술이다. 그런 점에서 건축가는 사회학자이고, 시인이며, 과학자가 돼야 한다.”


사회학자이고, 시인이며,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마음의 소리를 좇아 의미가 충분한 프로젝트만 수행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전세계에 수많은 그의 작품이 있다는 것은 놀랍습니다. 생계형 기획자로서 쉽지 않은 것이지만 기획하면서 내 가슴이 뛰게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입니다. 


“우리 작업실에서 다같이 습관처럼 하는 일이 있다. 매일 아침 ‘왜 이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지’를 묻는 거다. 계속 묻는다. 의미를 찾을 때까지. 이것은 정말 필요한 일이다. 만약에 이 질문에 충분한 답을 얻지 못하면 그 프로젝트는 맡지 않는다. 거만해서가 아니다. 자유는 인생의 중요한 퀄리티다. 프로젝트를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게 하는 것은 규모도, 돈도 아니다. 원하면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고민해서 하고 싶은 일, 의미 있는 일을 하기로 결정한다. 이게 자유다."


왜 이 프로젝트를 해야하는지를 매일 묻는다


요즘 공교롭게도 영화나 드라마에 건축가가 자주 등장합니다. <건축학개론>이나 장동건이 나오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그렇지요. 하지만 여기 진짜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정말 내가 수학만 잘 했어도 건축학과를 갔을텐데 하는 때늦은 후회가 듭니다. 이미 늦었으니 그에게 배운 것들을 서비스 기획자로서 지금 제 삶에 녹이는 것이 현실적이겠죠? ^^


※ 본문에 인용한 문구는 중앙일보 기사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원문은 여기서 읽으세요. 

2012년 6월 7일 목요일

기능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

우선순위를 정해서 중요한 일부터 해야한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서비스를 운영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선작업이 필요한데 이때도 우선순위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서 몇 주 혹은 몇 개월에 걸쳐 야심찬 업데이트를 해도 일부 사용자는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내가 말하던 그 기능은 도대체 언제 해줄거예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쪽 사이에 인식의 간극은 필연적이죠. 회사는 사업계획과 로드맵이 있는 반면 사용자는 자신의 니즈를 만족시키려는 욕망이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한쪽을 무시하거나 이 간극을 줄이려는 시도는 무의미합니다. 세상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이 엄연히 나누어져 있으니까요. 양쪽을 다 인정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이때 참고할 만한 개념이 Adam NashThree Feature Buckets입니다. (그는 LinkedIn의 과거 프로덕트 매니저였다가 현재는 유명 VC인 Greylock의 파트너로 재직 중입니다)


그에 따르면 기능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고객이 요구하는 기능 (Customer requests)
이건 이론의 여지가 없지요. 이걸 잘 개발해야 고객이 계속 남아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고, 반대가 되면 실망하여 떠납니다. 업데이트가 되었을 때 고객의 피부에 가장 와닿는 것이기도 해서 잘 포장하면 적은 노력으로도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2.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한 기능 (Metrics movers)
사업적이나 전략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기능을 말합니다. 게임의 이용시간을 늘리기 위해 레벨을 조정하거나 수익을 위해 광고를 넣는 것이 해당됩니다. 이 부류의 기능을 적재적소에 넣어야 서비스가 성공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3. 고객을 기쁘게 할 기능 (Customer delight)
고객이 원한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이 기능 덕분에 즐거운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 앱에서 플릭킹 하면 이미지가 밝아지면서 확대되는 기능이라든지 아이폰의 잠금화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은 꼭 필요하다고 한 적은 없지만 있으면 편리하고 즐거운 기능입니다. 이는 고객이 미처 표현하지 못한 요소를 발견한 통찰력이 발휘된 때문일 수도 있고 기술적인 난제를 해결하고 UX적인 혁신을 추구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세 그룹의 기능은 조화롭게 업데이트 되어야 합니다. 이 세 버킷을 적절히 섞어 한번에 해도 되고 일정 기간 내에 순차적으로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나도 만족하고 고객도 만족하는 업데이트를 추구해야 합니다.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격언에 빗대면 이렇게 되겠네요. "기능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


2012년 5월 23일 수요일

더글라스 크록포드에게 배우는 개발자와 기획자 생존법

더글라스 크록포드는 자바스크립트의 구루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야후에 있다가 얼마 전에 페이팔로 옮겼다고 하네요. (저는 엔지니어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저서인 'JavaScript: The Good Parts' 뿐만 아니라 JSLint툴과 JSON 데이터 포맷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스매싱매거진에서 "나는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연재의 첫 주인공으로 더글라스 크록포드를 낙점하면서 그의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그중에서 인상 깊은 내용만 정리해 봅니다.


  1. 프로그래머는 컴퓨터공학의 역사부터 배워야 한다
    기술의 변화 패턴이 역사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그 역사를 알면 기술과 언어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으로 이해되더군요. 마치 물리학 첫 학기가 역사수업인 것처럼. 이런 역사감각은 기획자에게도 필요합니다. 사실 요즘 첨단 서비스라고 나오는 것도 과거에 한번쯤은 선보였던 것이 많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유구한(?) 역사를 이해하면 기획의 깊이가 남다르겠죠. 그렇다고 '내가 해봐서는 아는데'라는 편협함은 금물!

  2. 능력이 부족한 프로그래머는 호기심이 부족하다
    훌륭한 개발자는 항상 배운다고 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수시로 나오기 때문에 배움은 불가피한 선택일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기획자도 배워야 할 것 많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네트워크 통신도 알아야 하죠. 심리학 같은 인문학적 소양과 디자인을 보는 미적 감각이 필요하고 경영이나 마케팅 쪽도 이해해야 합니다. 심지어 국어도 잘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을 뽑을 때 그간의 경험 보다는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노력해서 뭐든 빨리 배울 수 있으니까요.

  3. 다른 사람들 앞에서 코드를 시연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래머가 혼자서 코드를 짜고 빌드하여 그 결과물만 내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하면 잘 짠 코드가 공유되지 않고 엉망인 코드가 상용화 되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근래의 개발방법론은 동료리뷰 (peer review)를 강조합니다. 기획자는 자신의 기획안을 다른 사람 앞에서 발표하고 리뷰 하는 것이 다반사이므로 이 부분의 걱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리뷰를 막판에 한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진행하면서 꾸준히 진행하면 기획안의 수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수준도 높아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4. 사용자를 이해하면 프로그래머가 더 잘 일할 수 있다
    개발자는 코드로 말해야 한다는 명언(?)도 있지만 사실 코드는 목적이 아닙니다. 코드가 모여 동작하는 소프트웨어(제품)는 그 나름의 목적에 봉사해야 합니다. 고객이 만족하지 못한 경우 제품과 그 코드는 실패한 것입니다. 전에 트위터의 채용공고에 개발자 직군을 두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문구를 인상깊게 본 적이 있습니다. 프로그래머는 그저 개발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건 사실 업(業)에 대한 비전이죠. 서비스나 제품에만 비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소명 (higher calling)이 있어야 일을 추진하는 데서 겪는 시련을 이길 수 있고 궁극적으로 보다 멋진 서비스가 나올 수 있습니다.  

자바스크립트 구루가 들려준 이야기를 순전히 비개발자 관점에서 마음대로 해석해봤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철학이 있는, 연륜이 있는 개발자가 여전히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멋져보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개발자도, 기획자도 그러해야겠지요. 


2012년 5월 6일 일요일

[서평]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마이클 샌델의 하버드 마케팅이 성공하면서 부쩍 미국 대학에서 인기 강의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책이 많습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은 와튼스쿨의 최고 인기 강의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협상론 강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협상이라고 하면 회사에서 하는 연봉협상이나 계약협상부터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모든 것을 협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음식점에서 가격을 깍거나 아이에게 양치를 하게 하는 것도 모두 협상입니다. 칼 포퍼의 저서에 빚대자면 '삶은 협상의 연속이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에는 12가지 전략과 함께 다양한 사례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제가 나름 요약하면 "먼저 인간적으로 소통하고 가치가 다른 것을 교환하면서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협상의 목표를 달성하는 원칙입니다.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믿음은 행동경제학의 수많은 실험에서 부정된 바 있습니다. 오히려 감정과 편견에 휘둘리는 존재이지요. 저자는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고 인식을 이해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협상에 임하는 나는 감정을 배제해야 합니다. 내가 흥분하면 협상을 그르치기 쉬우니까요.


일방적으로 한쪽의 힘이 강할 때는 협상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협상은 자발적으로 서로 교환할 것이 있는 상황에서 성립하는 것이죠. 이때 각자 매기는 가치가 다른 것을 교환할 수 있다면  협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쉬워집니다. 예를 들어, 나는 계약금을 깍고 싶은데 상대방은 대금을 좀 더 일찍 받길 원한다면 이 두 조건으로 협상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니즈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때로는 창의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적진에 홀로 뛰어들어 과감한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을 훌륭한 협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드라마는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익숙한 지점에서 출발해서, 혹은 서로 합의하기 쉬운 사안에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협상에서 홈런을 치려고 풀 스윙을 하기 보다는 "단지 아홉 경기마다 안타 하나만 더 치려고" 배트를 짧게 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인생에서 협상이 아닌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제껏 했던 협상들이 부끄럽게 떠올랐습니다. 부동산에서 중개수수료를 정했던 일, 직장을 옮기면서 했던 연봉 협상, 떼 쓰던 아이에게 화냈던 순간들... 이 책에서 강조하는 원칙을 갈고 닦아 다시 그런 자리에서 훌륭하게 협상을 해내리라는 다짐을 해봤습니다.

2012년 4월 28일 토요일

[서평] 새로운 미래가 온다

우뇌와 좌뇌가 다르다는 건 이미 상식에 속합니다. 좌뇌는 논리적, 언어적, 분석적인 능력을 가진 반면, 우뇌는 직관적, 예술적, 종합적인 능력이 뛰어납니다. 창조성이 중요한 시대에 우뇌적인 사고가 대우를 받지요. 애플의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을 보면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절감하게 됩니다.

원제는 A WHOLE NEW MIND - Why Right-Brainers Will Rule the Future 입니다.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수석 연설문 작성자이기도 했던 다니엘 핑크는 풍요, 아시아, 자동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지식근로자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진단합니다. 의사,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인도로 저렴하게 아웃소싱 될 수 있고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다니엘 핑크는 산업화 시대, 정보화 시대 다음을 '하이컨셉-하이터치 시대'라고 부릅니다. 하이컨셉은 예술적, 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하이터치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입니다. 이야기는 결국 새로운 시대의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으로 이어집니다.


  1. 기능만으로 안 된다. '디자인'으로 승부하라. 
  2. 단순한 주장만으로 안 된다. '스토리'를 겸비해야 한다. 
  3. 집중만으로 안 된다. '조화'를 이뤄야 한다. 
  4. 논리만으로 안 된다. '공감'이 있어야 한다. 
  5. 진지한 것만으로 안 된다. '유희'도 필요하다.
  6. 물질의 축적만으로 부족하다 '의미'를 찾아야 한다. 


다니엘 핑크. 최근에 동기부여에 관한 책 "드라이브"를 발표했습니다.

하드 파워에서 소프트 파워로 시대정신이 바뀐다는 것이죠. 지금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이 책이 2006년에 출간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미래를 잘 꿰뚫어 본 것 같습니다. 참고로 2012년에 개정증보판이 나왔습니다.


2012년 4월 7일 토요일

디지털 영화시대 : Film에서 File로



팀에서 세미나 했던 것을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우연히 씨네 21에서 디지털 영화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인상적인 점이 많아서 정리해봤습니다. 


디지털 영화시대 : Film에서 File로




영어사전에서 영화를 의미하는 말 중에 film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원래는 셀룰로이드로 만든 물질명사였던 필름이 그 안에 담긴 컨텐츠까지 의미하는 외연확장을 한 셈입니다. 이렇게 물질명사이자 추상명사였던 필름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영화산업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포스트 프로덕션, 가장 먼저 디지털 바람을 쐬다


영화는 촬영하고 후반작업을 거쳐 배급되어 극장에서 상영됩니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필름이 사라진 곳은 후반작업 쪽입니다.


과거 후반작업은 상당히 성가시고 복잡한 작업이었습니다. 필름을 손으로 잘라서 붙여서 편집하던 네거편집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 2대의 VTR을 이용해 복사하듯 편집하던 리니어편집은 노동집약적인 작업이었습니다. 필요의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으니 포스트 프로덕션에 디지털이 가장 먼저 도입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인 것 같습니다. 필름을 스캔해서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후 편집 프로그램으로 편집하는 넌리니얼 편집은 후반작업을 빠르고 편리하게 바꿔놓았습니다.


촬영한 영상의 색을 보정하는 작업인 DI도 이제는 보편적인 디지털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글래디에이터에서는 낮에 찍은 장면을 DI 작업을 거쳐 새벽 분위기로 변신시켰습니다. 제한된 촬영조건을 극복하거나 연출자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꽤 유용한 기술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시각효과는 SF 영화 뿐만 아니라 유튜브의 아마추어 영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프로덕션, 디지털로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을 시작했던 사람들은 분명 마이너이자 언더그라운더였습니다. 디지털은 필름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저예산 독립영화와 잘 맞았습니다. 장편 극영화를 디지털로 찍으면 약 2억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조지 루카스 같은 얼리어답터는 아주 빨리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였습니다. 또 메이저 영화와 저예산 영화를 두루 섭렵하는 감독들은 필름을 버리고 디지털 하나로만 찍고 있습니다. 물론 디지털이 담지 못하는, 필름만의 특성 때문에 필름 촬영을 고집하는 감독도 있다고 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크리스토퍼 놀란, 잭 스나이더, 봉준호 감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놓고 봐도 필름으로 촬영하는 영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2009년 충무로의 보릿고개를 거치면서 제작비 절감을 위해 디지털 전환이 상대적으로 빨랐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촬영현장에는 새로운 디지털 직업군이 생기기도 합니다. 디지털로 촬영된 것을 현장에서 바로 편집해서 확인하기 위해 현장편집기사가 있고, 촬영파일을 컨버팅 하거나 저장해서 편집실에 전달하는 데이터매니저가 있습니다.


마지막 보루, 극장이 디지털을 받아들이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디지털로 개봉된 편수는 필름의 그것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단, 필름 상영편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건 재개봉이나 다양성영화 쪽에선 여전히 필름이 많이 배급되기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 그러나 매출이나 관객수로는 디지털이 월등합니다.


극장은 일종의 인프라산업이기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큰 돈 들여 극장을 짓고 영사기 열심히 돌려서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필름 영사기 한 대를 디지털로 바꾸는 데는 한국 돈으로 8500만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보수적인 극장을 디지털쪽으로 움직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우선 일찍감치 기술이 표준화 되었다는 점입니다. 헐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어 6개가 결성한 DCI는 2005년에 디지털영화 기술표준을 제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보급했습니다.

둘째는 VPF를 통해 극장에 재정적인 지원을 했다는 점. 디지털로 배급할 경우 배급사에게는 분명한 이득이 있습니다. 필름으로 배급하자면 프린트 (상영용 필름)를 만드는 비용이 드는데 이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금액 중 일부를 떼어내서 디지털 영사기 렌털비로 지원해주는 제도가 바로 VPF입니다. 이를 통해 극장은 큰 돈 들이지 않고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CJ와 롯데가 합작하여 설립한 DCK라는 VPF가 있어 극장이 디지털영화를 하루 상영하면 최대 80만원을 관당 지급하고 있습니다.

셋째 3D라는 킬러컨텐츠가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3D영화는 일반 영화에 비해 관람료가 비쌉니다. 미국에선 2~5달러, 한국에선 5천 원 정도가 덧붙여집니다. 극장 입장에서는 객단가를 올릴 수 있는 희소식입니다. 디지털 영사기에 약간의 비용을 추가하면 3D 상영이 가능하니 극장이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디지털상영관이 급격히 늘고 있고, 한국은 70%가 디지털로 전환했습니다. 급기야 20세기폭스는 2013년 말부터는 디지털포맷으로만 배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디지털영화 파일이 담긴 DCP라는 상자와 상영 전에 입력해야 하는 KDM이라는 암호는 달라진 극장 영사실의 한 단면입니다.


총평



  • 디지털은 파괴적 혁신입니다. 처음에는 품질이 떨어져도 저렴하여 소수의 계층만 찾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주류시장까지 장악하게 되는 파괴적 혁신. 바로 디지털영화가 20여 년 전부터 시작하여 차츰 영화산업 전체를 바꿔 놓은 방식이었습니다. 혁신을 바라볼 때 현재의 모습만 보지말고 미래의 비전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한 대목입니다. 

  • 더 이상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소비자들은 이미 디지털에 익숙합니다. 심지어 디지털이면 품질이 높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날로그에서 가져올 건 가져오되 디지털의 전환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 이해관계자의 인센티브를 조정하면 변화가 가능합니다. 배급사의 이득과 극장의 비용을 잘 조정한 VPF는 보수적인 극장을 움직인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면 보다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 현재 나의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작게는 업종, 크게는 산업 전체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나의 일자리를 없앱니다. 네거편집기사는 이제 드문 직업이 되었습니다. 물론 변화는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냅니다. 데이터매니저가 그렇지요. 변화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고문헌


씨네21 844호의 커버스토리였던 '필름시대여, 안녕'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영화타입별 통계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통합전산망 (www.kobis.or.kr)에서 얻었습니다. 

2012년 3월 12일 월요일

[리뷰] Path 2.1 업데이트 - 공유아이템의 확장


프라이버시 문제로 곤혹을 치뤘던 Path가 마이너 업데이트 (2.1)를 단행했습니다. 마이너이긴 하지만 사용자들이 체감할만한 기능적인 변화가 많습니다. (단, 이번 업데이트는 iOS 버전만 해당됩니다)


1. 사진 기능 강화

Path 하면 뭐니뭐니 해도 사진이 멋있게 보인다는 점인데 역시 이번에 사진 관련 변화가 많습니다.  초점 및 노출을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고 (인스타그램과 비슷합니다) 사진을 마블코믹스의 만화처럼 보이도록 하는 Pow 같은 신규 렌즈 (=필터)가 추가되었습니다. 기존의 렌즈도 조금씩 손을 보았다고 합니다.




2. 음악 자동인식 탑재

지금 내 주변에서 들리는 음악을 인식하여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음악검색은 Shazam이 원조이지요) 이를 위해 세계최대 음악/비디오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Gracenote와 협력했다고 합니다. 기존에는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을 고르거나 검색을 통해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음악 공유를 쉽게 하면 수익모델 중 하나인 iTunes Affiliate Program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Nike+ 연동

가장 눈에 띄는 건 자신의 런닝기록을 관리하는 Nike+와 연동기능입니다. 두 앱을 연동시키면 내가 달린 경로, 거리, 시간 등이 Path에 자동 등록되고 친구들과 공유됩니다. 이는 Path의 새로운 API로 가능했다는데 아직 공개된 것은 아니라서 나이키가 유일한 파트너인 셈입니다. API 개방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하게 통제권을 행사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향후 Nike+ FuelBand와도 연동한다고 하는데 Nike의 브랜드 파워에 덕을 볼 것 같습니다. 더욱이 올해 올림픽도 개최되는 만큼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겠죠.





70%의 사용자가 매주 Path에 접속하여 지금까지 1억 건이 공유되고 10억 건의 피드백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번 업데이트로 성장세에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시사점


1. 이번 업데이트 중 사진이나 음악 관련 기능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미디어를 보다 멋지게, 보다 편리하게 다룰 수 있도록 배려한 정도. 그러나 Nike+ 연동은 삶에서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비록 Path 바깥에서 이미 존재했던 것이지만) 사용자들에게 더 큰 쓸모와 재미를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앱의 주조색인 빨간 색만큼이나 상당히 잘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사진, 비디오, 위치 공유는 이제 흔한 것이 되었습니다. Pinterest처럼 그 공유의 방식을 새롭게 설계하거나 Path-Nike+가 하듯 새로운 공유 아이템을 찾는 것이 남다른 엣지가 될 것입니다.


2. Path가 Nike+ 연동을 생각해낸 것은 사용자들이 첨부하는 사진을 주의 깊게 관찰한 결과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앱의 캡처화면을 많이 등록하는 것을 보고 다른 앱과 연동을 직접 추진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하네요. 스티브 잡스는 고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요. 그러나 고객이 원하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해서 말로 표현할 수는 없더라도 행동으로 니즈의 단서를 보여주기 마련입니다. 고객을 관찰하면 혁신의 단초를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빅데이터 시대라고 해서 무엇이든 거창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소하지만 꾸준히 들여다보면 고객의 아우성이 들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