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7일 토요일

디지털 영화시대 : Film에서 File로



팀에서 세미나 했던 것을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우연히 씨네 21에서 디지털 영화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인상적인 점이 많아서 정리해봤습니다. 


디지털 영화시대 : Film에서 File로




영어사전에서 영화를 의미하는 말 중에 film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원래는 셀룰로이드로 만든 물질명사였던 필름이 그 안에 담긴 컨텐츠까지 의미하는 외연확장을 한 셈입니다. 이렇게 물질명사이자 추상명사였던 필름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영화산업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포스트 프로덕션, 가장 먼저 디지털 바람을 쐬다


영화는 촬영하고 후반작업을 거쳐 배급되어 극장에서 상영됩니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필름이 사라진 곳은 후반작업 쪽입니다.


과거 후반작업은 상당히 성가시고 복잡한 작업이었습니다. 필름을 손으로 잘라서 붙여서 편집하던 네거편집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 2대의 VTR을 이용해 복사하듯 편집하던 리니어편집은 노동집약적인 작업이었습니다. 필요의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으니 포스트 프로덕션에 디지털이 가장 먼저 도입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인 것 같습니다. 필름을 스캔해서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후 편집 프로그램으로 편집하는 넌리니얼 편집은 후반작업을 빠르고 편리하게 바꿔놓았습니다.


촬영한 영상의 색을 보정하는 작업인 DI도 이제는 보편적인 디지털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글래디에이터에서는 낮에 찍은 장면을 DI 작업을 거쳐 새벽 분위기로 변신시켰습니다. 제한된 촬영조건을 극복하거나 연출자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꽤 유용한 기술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시각효과는 SF 영화 뿐만 아니라 유튜브의 아마추어 영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프로덕션, 디지털로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을 시작했던 사람들은 분명 마이너이자 언더그라운더였습니다. 디지털은 필름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저예산 독립영화와 잘 맞았습니다. 장편 극영화를 디지털로 찍으면 약 2억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조지 루카스 같은 얼리어답터는 아주 빨리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였습니다. 또 메이저 영화와 저예산 영화를 두루 섭렵하는 감독들은 필름을 버리고 디지털 하나로만 찍고 있습니다. 물론 디지털이 담지 못하는, 필름만의 특성 때문에 필름 촬영을 고집하는 감독도 있다고 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크리스토퍼 놀란, 잭 스나이더, 봉준호 감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놓고 봐도 필름으로 촬영하는 영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2009년 충무로의 보릿고개를 거치면서 제작비 절감을 위해 디지털 전환이 상대적으로 빨랐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촬영현장에는 새로운 디지털 직업군이 생기기도 합니다. 디지털로 촬영된 것을 현장에서 바로 편집해서 확인하기 위해 현장편집기사가 있고, 촬영파일을 컨버팅 하거나 저장해서 편집실에 전달하는 데이터매니저가 있습니다.


마지막 보루, 극장이 디지털을 받아들이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디지털로 개봉된 편수는 필름의 그것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단, 필름 상영편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건 재개봉이나 다양성영화 쪽에선 여전히 필름이 많이 배급되기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 그러나 매출이나 관객수로는 디지털이 월등합니다.


극장은 일종의 인프라산업이기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큰 돈 들여 극장을 짓고 영사기 열심히 돌려서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필름 영사기 한 대를 디지털로 바꾸는 데는 한국 돈으로 8500만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보수적인 극장을 디지털쪽으로 움직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우선 일찍감치 기술이 표준화 되었다는 점입니다. 헐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어 6개가 결성한 DCI는 2005년에 디지털영화 기술표준을 제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보급했습니다.

둘째는 VPF를 통해 극장에 재정적인 지원을 했다는 점. 디지털로 배급할 경우 배급사에게는 분명한 이득이 있습니다. 필름으로 배급하자면 프린트 (상영용 필름)를 만드는 비용이 드는데 이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금액 중 일부를 떼어내서 디지털 영사기 렌털비로 지원해주는 제도가 바로 VPF입니다. 이를 통해 극장은 큰 돈 들이지 않고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CJ와 롯데가 합작하여 설립한 DCK라는 VPF가 있어 극장이 디지털영화를 하루 상영하면 최대 80만원을 관당 지급하고 있습니다.

셋째 3D라는 킬러컨텐츠가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3D영화는 일반 영화에 비해 관람료가 비쌉니다. 미국에선 2~5달러, 한국에선 5천 원 정도가 덧붙여집니다. 극장 입장에서는 객단가를 올릴 수 있는 희소식입니다. 디지털 영사기에 약간의 비용을 추가하면 3D 상영이 가능하니 극장이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디지털상영관이 급격히 늘고 있고, 한국은 70%가 디지털로 전환했습니다. 급기야 20세기폭스는 2013년 말부터는 디지털포맷으로만 배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디지털영화 파일이 담긴 DCP라는 상자와 상영 전에 입력해야 하는 KDM이라는 암호는 달라진 극장 영사실의 한 단면입니다.


총평



  • 디지털은 파괴적 혁신입니다. 처음에는 품질이 떨어져도 저렴하여 소수의 계층만 찾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주류시장까지 장악하게 되는 파괴적 혁신. 바로 디지털영화가 20여 년 전부터 시작하여 차츰 영화산업 전체를 바꿔 놓은 방식이었습니다. 혁신을 바라볼 때 현재의 모습만 보지말고 미래의 비전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한 대목입니다. 

  • 더 이상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소비자들은 이미 디지털에 익숙합니다. 심지어 디지털이면 품질이 높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날로그에서 가져올 건 가져오되 디지털의 전환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 이해관계자의 인센티브를 조정하면 변화가 가능합니다. 배급사의 이득과 극장의 비용을 잘 조정한 VPF는 보수적인 극장을 움직인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면 보다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 현재 나의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작게는 업종, 크게는 산업 전체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나의 일자리를 없앱니다. 네거편집기사는 이제 드문 직업이 되었습니다. 물론 변화는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냅니다. 데이터매니저가 그렇지요. 변화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고문헌


씨네21 844호의 커버스토리였던 '필름시대여, 안녕'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영화타입별 통계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통합전산망 (www.kobis.or.kr)에서 얻었습니다. 

댓글 2개:

  1.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 미국에는 넷플릭스나 훌루와 같은 디지털 컨텐츠 전문 유통업체가 있어서 더욱 그 변화가 빠른 것 같네요. 한국에도 이제 저런 전문 컨텐츠 배급 기업이 생기면, 변화에 가속도가 붙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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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진이 그러했듯이 이제 영화에서도 디지털의 시대가 도래했네요.
    필름과 디지털_ 서로의 장단점이 있지만 , 디지털이 우위에 섰다는것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인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필름영화산업이 이대로 무너지는가, 아니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가 궁금해 집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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