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5일 일요일
[서평] 콘텐츠의 미래
우연히 번역가 최완규씨의 포스트를 읽다가 자신이 번역한 책이 곧 나오는데 추천할 만한 책이라 글을 보고 구매한 책이다. 사실 번역가 자신이 한 말이니까 순전히 홍보이고 광고일 수 있는 것인데도 앞서 읽은 포스트에서 느껴지는 내공이 워낙 대단하게 느껴져서 한치의 주저함도 생기지 않았다. (김미화씨 트윗을 보고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을 샀을 때와 비슷했다)
제목은 "콘텐츠의 미래". 원서 제목인 "The Art of Immersion (몰입의 기술)"이 이 책의 내용에 더 적합하긴 하다. 같은 제목의 다른 책이 이미 출판되어 제목을 바꿨을 거라 추정된다. 암튼 내용은 콘텐츠가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책 전반적으로 새로운 형식과 실험으로 무장한 콘텐츠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미래의 콘텐츠는 경계가 불분명하다. 우선 매체라는 그릇을 벗어나서 현실과 조우한다. 배트맨 시리즈 중 "다크나이트"는 대체현실게임 (alternate reality game)을 영화 홍보에 활용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영화 밖에서 작은 단서를 모으고 좇아가면서 영화의 일부분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다.
누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인지도 불분명해진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의 방대한 세계관을 상세히 묘사하는 홀로크론이라는 데이터베이스를 제작사 내부에 두고 있다. 그러나 팬들이 모여 만든 우키피디아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제 작가가 스토리를 시작하고 청중이 그 스토리를 완성한다.
기존의 콘텐츠가 인과관계와 전후순서가 명확했다면 이제는 비선형 스토리가 늘어나는 것 또한 특징이다. 이건 웹의 하이퍼링크를 닮았다. 미드 "로스트"는 그 알듯 모를듯한 미스터리를 뒤죽박죽으로 배치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콘텐츠에 담겨있던 스토리가 콘텐츠를 품는 플랫폼이 된다. 미디어믹스는 원래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다. 건담이나 포켓몬은 애니메이션, 만화책, 게임, 장난감 등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어 끊임없이 인기를 끈다. 다양한 콘텐츠에서 감정적 연결고리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튼실한 스토리다.
스토리와 게임의 경계도 모호해진다. 사실 스토리는 중독과 흥분을 준다는 점에서 게임과 유사하다. 저자는 이를 두고 우리에게 남아있는 수렵채집 본능과 맥이 닿는다고 말한다. 트위터에 트윗을 올리고 이것이 얼마나 전파되는지 보는 것도 일종의 게임(도박) 같은 것이란다. 앞으로는 콘텐츠에서 내러티브와 게임성을 두루 포괄하는 것이 관건이다.
책이 워낙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쉽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지만 결론적으로는 책에 인용된 이 말이 핵심인 듯하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대단히 몰입도가 높은 경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을 대서 직접 만져볼 수 있을 듯한 경험 말입니다. 어딜 가나 펼쳐지는 드라마 같은 거지요. 인근 스타벅스에서 접선을 하고 신문을 보고 암호를 푸는 식입니다. 누군가 기어코 해내고 말겁니다" 결국 누가 더 자신의 콘텐츠에 사람들을 몰입시키느냐의 싸움인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공식을 스스로 깨야하는 것이다.
다양한 사례가 많이 나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이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의 몰입도도 상당한 것 같다. 추천한다.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